“두경부암, 치료옵션 없는 만큼 면역항암제 매우 중요해”
“두경부암, 치료옵션 없는 만큼 면역항암제 매우 중요해”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6.1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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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선민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암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지독한 존재가 있을까. 의학기술이 근 20년 동안 눈부신 속도로 발전했지만 ‘완치’라는 말을 듣기가 너무나도 어렵다. 심지어 완치판정을 받았더라도 ‘재발’ 판정을 받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신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암도 힘든데 이 몹쓸 덩어리가 외부에서도 보인다면 어떨까. 숨기려고 해도 겉으로 튀어나온 덩어리로 대다수가 힘들어한다. 

두경부암이 그렇다. 두경부암(頭頸部)은 글자 그대로 머리와 목 부분에 생기는 모든 암을 일컫는다. 해부학적으로는 쇄골 위쪽부터 뇌 아래쪽까지 해당되며 이때 안구는 제외된다. 문제는 두경부에 혀, 목 등이 포함되기 때문에 호흡, 발성, 연하작용 등에 지장이 생겨 사회생활에 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두경부암은 조기검진으로도 발견이 어려워 대부분 4기 때 진단받는다. 임선민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와 두경부암의 최신 치료지견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임선민 교수는 “두경부암은 종양이 침투한 깊이나 약간의 임파선 전이만으로도 4기 판정을 받는다”며 “문제는 효능효과가 입증된 면역항암제가 있지만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중도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있다”고 토로했다.
임선민 교수는 “두경부암은 종양이 침투한 깊이나 약간의 임파선 전이만으로도 4기 판정을 받는다”며 “문제는 효능효과가 입증된 면역항암제가 있지만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중도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있다”고 토로했다.

- 두경부암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두경부암은 통계적으로 연간 5000여명의 환자가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기검진이 보편화된 만큼 조기발견된 환자 케이스가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때 두경부암은 눈이나 귀, 비인두 등을 제외한 두경부 전체에서 발생하며 후두암, 구강암, 하인두암 등이 대표적이다. 발병원인으로는 흡연과 음주,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등이 있다.

- 안타깝게도 두경부암은 이미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받는 환자가 대다수다.

두경부암은 암이 경부 깊숙한 곳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외관으로 드러나지 않고 별다른 증상이 없어 조기발견이 어렵다. 이때 두경부암을 의심할 수 있는 몇 가지 증상이 있다. 목에 혹이 생기거나 붓고 목소리가 변하는 등의 증상이다. 간혹 암이 기도를 눌러 호흡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 또 이비인후과 내시경 등을 제외하면 검진방법이 많지 않다. 이마저도 일반 건강검진에 포함돼 있지 않아 환자 스스로 증상을 느끼고 발견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두경부암의 병기 진단기준도 한몫한다. 다른 고형암종은 일반적으로 원격전이가 있어야 4기 판정을 내린다. 하지만 두경부암은 종양이 침투한 깊이나 약간의 임파선 전이만으로도 4기 판정을 받기 때문에 좀 더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된 것처럼 보인다.

- 두경부암의 병기 분류는 어떻게 되는가.

진단지표가 있다. 바로 ‘TNM(악성종양의 병기분류에 이용되는 지표)’으로 ▲종양 자체의 크기와 깊이(T, Tumor) ▲림프절 전이의 여부와 개수, 위치(N, Node) ▲다른 장기로의 전이여부(M, Metastasis) 등 3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진단한다. 문제는 병원을 찾는 환자의 절반 이상이 4기로 진단받는다는 것이다. 두경부암의 대표증상인 목소리 변화, 부종, 목이 쉬거나 음식을 먹을 때 느껴지는 이물감, 통증 등이 나타나면 이미 암이 진행된 상태다.

- 두경부암에서 치료전략은 어떻게 되는지.

두경부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질이다. 따라서 환자가 정상적인 식사나 목소리를 유지하면서 일상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치료를 고민하고 이후 재활을 위해 이비인후과 등 다양한 진료과와 다학제적 치료방법을 논의한다.

하지만 환자의 절반 이상이 4기에 진단받기 때문에 완치를 목표로 해야 하는지 또는 생명연장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를 최우선적으로 구분한다. 완치를 목표로 하는 경우에는 수술을 비롯해 다양한 치료를 시도한다.

이때 4기 두경부암이더라도 전이가 없다면 최대한 수술을 시도한다. 단 턱이나 입 등 발병구조상 수술이 쉽지 않다. 또 두경부암 조직은 섬유화가 많이 진행돼 있어 수술이 쉽지 않다. 이밖에도 기능상실로 음식을 먹거나 말하는 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종양의 특성에 따라 수술이 아닌 방사선, 항암치료 등으로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이에 최근에는 종양에 바로 주사하는 면역항암제 치료요법이 시도되고 있다.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두경부암 특성상 일반적인 정맥주사 대신 종양에 바로 주사를 놓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완치를 노리기 힘든 경우가 많아 생명 연장을 목표로 한다.

- 수술 후 관리도 매우 중요할 것 같다.

두경부암 수술은 대개 종양을 절제한 후 다리의 피부를 절제부위에 이식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겉모습이 다소 보기 좋지 않을 수 있어 특히 젊은 여성들은 대인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외형적인 변화에 대한 심리적 충격을 대비할 수 있는 상담이나 건강 회복을 위해 영양사의 도움을 받는 등 극복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남은 치료옵션은.

곧바로 수술이 어렵더라도 유도항암치료를 통해 암의 크기를 최대한 줄이고 수술을 하려고 한다. 이때 항암제로는 ▲도세탁셀 ▲시스플라틴 ▲5-FU(플루오라실) 등의 3가지 약제를 많이 사용한다. 3가지 항암제를 사용하는 만큼 대부분의 환자가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는 이상반응을 겪는다. 따라서 항암치료 후 백혈구 수치 감소를 예방하는 주사를 처방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구강 내 점막염, 탈모, 신경독성 등도 부작용으로 발생한다. 기억해야 할 점은 유도항암요법이 효과가 없으면 환자가 수술기회를 영영 놓칠 수 있다.

또 두경부암은 다른 암종과 달리 표적치료제가 매우 제한적이다. 두경부암에서 표적치료제는 EGFR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세툭시맙이 유일하다. 현재 항암화학요법의 병용요법 1차요법으로 승인됐으나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은 상태다. 최근에는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를 병용하는 병용요법 연구들도 심도 있게 진행되고 있다.

- 최근 두경부암 치료에서 면역항암제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인체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을 공격하게 유도하는 항암제로 ‘펨브롤리주맙’이 대표적이다. 펨브롤리주맙은 두경부암치료제로 2차 치료에서 처음 사용됐지만 표준치료와 면역항암제를 비교한 임상연구를 통해 1차 치료에도 사용이 가능해졌다.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는 1차 치료요법으로는 3가지 백금기반 항암제(시스플라틴, 카보플라틴, 5-FU)와 면역항암제를 함께 사용하는 병용요법이 2020년 승인됐고 이미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표준치료로 사용되고 있다. 또 면역항암제 사용 지표가 되는 PD-L1 발현율이 1% 이상인 환자에서는 면역항암제 단독요법도 기존 표준치료 대비 효과가 입증됐다. 단독요법의 반응률은 약 20% 정도지만 반응이 있는 환자는 약 2년 가까이 약물효과가 지속된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면역세포 내에서 다른 수용체의 기능을 억제할 수 있는 약제나 항체도 다수 개발되고 있다.

- 면역항암제는 고가의 약인 만큼 사용기준이 있을 것 같다.

면역항암제 사용에 앞서 몇 가지 검사를 진행한다. 우선 PD-L1, NGS 등 바이오마커검사를 진행, 결과에 따라 치료를 시작한다. 이때 PD-L1 발현율이 1% 이상인지에 따라 면역항암제(단독요법)의 사용여부가 결정된다. 현재 면역 활성화와 관련한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임상현장에 적용할 단계는 아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PD-L1 발현 여부가 확인되면 전이성·재발성 두경부암환자의 1차 치료로 면역항암제와 항암화학요법의 병용요법을 추천하는 편이다. 이때 면역항암제 치료반응을 보이는 환자는 약 2년간 유지요법을 실시한다. 단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중도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있다.

-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는지.

한 여성 환자가 기억에 남는다. 당시 병원을 방문했을 때 환자 입 안이 종양으로 꽉 차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식사도 어려웠다. 젊은 만큼 더 안타까웠다. 문제는 폐로도 전이돼 4기 진단을 받아 당시 항암치료를 거부했다. 하지만 설득 끝에 면역항암제와 항암제 병용치료를 시작했다. 현재는 4차 치료까지 완료해 목소리도 돌아오고 입으로 식사도 가능하게 됐다.

- 최근에는 면역항암제와 방사선치료를 병용하기도 한다.

맞다. 하지만 방사선치료는 암세포를 사멸하고 면역항암제를 통해 면역세포인 T-세포를 활성화하는 병용치료요법의 효과에 대한 임상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 펨브롤리주맙과 항암·방사선 치료를 함께하는 임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임상결과에 따라 두경부암에서도 치료 패턴이 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세브란스병원은 국내 최초로 중입자암치료센터를 오픈했다. 중입자치료는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에 정상 조직에 대한 이상반응이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아주 좁고 세밀한 구조라도 암을 공격하기 때문에 두경부암 치료에 많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환자들의 기대도 큰 편이다.

- 마지막으로 두경부암환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항암치료는 결코 쉽지 않다. 표준치료제로 사용되는 세포독성항암제의 경우 부작용으로 인한 투병 과정이 힘들어 포기하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의료진과 논의해 용량을 조절하고 이상반응에 대처할 수 있는 치료제도 많기 때문에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편히 이야기했으면 한다. 또 암이 쉽게 완치되지 않더라도 꾸준히 치료를 이어나가다 보면 신약이 등장할 수 있기 때문에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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