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암병원 임선민 교수 “실제 처방서도 같은 결과 입증은 고무적”
“1차 치료제 승인 기대…손발저림 충분히 관리 가능”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21년 1월 ‘31호 국산 신약’으로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최근에는 글로벌 항암 신약, 여기에 더해 1차 치료제로 한 단계 더 올라설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면서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달 열린 대한폐암학회 국제학술대회(KALC-IC 2022) 심포지엄에서는 연세암병원의 렉라자 처방 데이터가 공개됐다.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종양내과 임선민 교수가 연자로 나선 가운데 약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실제로 렉라자를 처방받은 환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본지는 임선민 교수를 만나 이번 렉라자 리얼월드데이터(이하 RWD)가 갖는 의미, 렉라자에 대한 진료 현장의 평가, 그리고 앞으로 기대되는 바를 들어봤다.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종양내과 임선민 교수.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종양내과 임선민 교수.

- 지난달 열린 대한폐암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렉라자 RWD를 발표했다.

지난해 7월부터 지난 9월까지 연세암병원에서 렉라자를 보험 급여로 처방받은 환자는 78명이고 그중 분석이 가능한 환자 75명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렉라자 RWD의 전반적인 결과가 LASER201 임상 데이터와 매우 흡사하게 나왔다.

가장 고무적인 것은 렉라자를 실제로 처방했을 때 확인된 무진행 생존기간(PFS)이 11개월이라는 점이다. 국내 허가 근거가 된 LASER201 1/2상 임상시험 데이터와 동일한 수준의 데이터가 나은 것이다. 객관적 반응률(ORR) 면에서도 CT결과를 평가했을 때 종양 감소율이 55% 정도로 나타났다. 또 뇌전이 환자들에게 렉라자를 사용했을 때 뇌전이 질병 조절이 96~97% 수준으로 나타났다.

임상시험 결과와 실제 진료 현장에서 나타나는 효과가 높은 수준으로 일관된다는 점은 큰 의미를 지닌다. 임상시험은 매우 선별적이기 때문에 대체로 치료 예후가 좋거나 일상 수행력이 좋은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임상시험 결과와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치료 결과는 더러 차이가 나타날 수 있는데 렉라자는 임상 데이터와 RWD가 거의 일치해 효과 면에서 일관성이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

- 지난 6월에는 LASER201 1/2상 결과가 업데이트됐다.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이 38.9개월로 나타났는데, 이에 대한 평가도 궁금하다.

생존기간 자체도 길게 나왔지만 임상 하위그룹(sub group) 분석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뇌전이 여부나 엑손(Exom)19 결손, L858R 등 돌연변이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환자군에서 효과의 큰 편차 없이 전체 생존기간(OS)이 일관되게 향상됐고 치료 효과가 지속됐다는 게 큰 특징이다.

- 앞으로도 렉라자 RWD가 차례로 나오게 될 텐데, 이러한 데이터들이 렉라자에 대한 평가나 그다음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RWD는 실제 처방하는 의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쌓인 결과물이다. 렉라자는 지금 2차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고 급여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긍정적인 RWD가 축적된다면 추후 1차 치료제 승인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가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본다. 렉라자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의사들의 처방 경험이 일관되게 나온다는 것은 이 치료제가 1차 치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생각한다.

-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3세대 치료제는 렉라자와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있다. 직접 비교 임상이 없기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두 약제를 보는 진료 현장의 평가가 궁금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2차 치료 이상의 단계에서는 오시머티닙보다 렉라자를 더 많이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렉라자는 국산 신약이라는 장점과 임상에서도 못지않은 치료 결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렉라자를 처방해 보면 환자들이 경험하는 부작용이 많지 않다. 치료에서 수월한 면이 있다.

- 렉라자 처방 시 이상반응은 없는지, 혹 있다면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

EGFR 억제제를 처방했을 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이상반응은 피부 발진이다. 이밖에 렉라자 부작용으로는 '손발 저림(paresthesia)'이 있다. 렉라자 처방 시 환자분들이 손끝, 발끝이 저리고 감각이 무디거나 예민해진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불편감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을 저해하는 정도는 아니다.

손발 저림이 나타난 환자의 경우에는 진료 시 안심을 시켜드리면서 관련된 치료제를 처방한다. ‘심발타(성분명 둘룩세틴)’, ‘리리카(성분명 프레가발린)’ 등을 처방해서 일상생활이 저해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이러한 손발 저림이 나타나는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 손발 저림 때문에 렉라자 처방 용량을 낮추는 경우는 없었는지 관심이 모일 거 같은데, 실제 그런 사례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한두 명 정도 있었다. 렉라자는 허가된 일일 용량 240mg로 처방하지만 손발 저림이 심한 경우에는 용량을 160mg으로 낮춘 경험도 있다. 용량을 낮춘다고 손발 저림이 바로 호전되는 것은 아니다. 손발 저림은 한 번 발생하면 어느 정도 지속된다.

다만, 관리만 잘하면 문제없다. 손발 저림이 렉라자 처방을 저해할 수준은 아니다. 환자 입장에서 손발 저림을 처음 경험해 보시는 경우면 놀랄 수는 있다. 때문에 손발 저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설명하고 처방한다.

- 손발 저림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폐암 전문의 간 컨센선스가 마련되고 있는지도 여쭤보고 싶다.

자문 미팅을 여러 번 하고 있다. 제약사와 종양내과 의료진이 모여 손발 저림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신경과 의료진 의견도 듣고 있으며, 신경과 전문의가 권고하는 약제들도 있다. 향후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보다 명확하게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 11월 10일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대한폐암학회 국제학술대회(KALC-IC 2022)에서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종양내과 임선민 교수가 새틀라이트 심포지엄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뇌전이 환자에 대한 효과가 렉라자에 모이는 기대 중 하나다. 실제 임상에서 체감할 만한 것이었는지 궁금하다.

그렇다. 렉라자를 실제 진료 현장에서 처방했을 때 뇌전이 환자에서도 치료 혜택이 많이 나타난다. 두개강 MRI를 촬영해보면 병변이 줄어들고 심지어 없어지는 게 확실히 보인다.

- 현재 렉라자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도출될 연구 결과는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지, 그리고 또 어떤 연구가 추가적으로 더 필요할 것이라 보는지 말씀 부탁드린다.

최근에는 렉라자의 내성 기전이 화두다. 어떤 약이든 효과가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렉라자를 쓰고 나서 어떤 치료제를 사용할지가 관건이다. 결국 환자에게 기존 치료가 끝나면 또 다음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 이에 관한 후속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또 대한항암요법연구회(KCSG)에서 렉라자 관련 여러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렉라자와 방사선 치료(RT)를 함께 사용해 효과를 살피는 연구, 렉라자를 희귀 EGFR 돌연변이에서 사용하는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렉라자 처방 시 뇌활성도(brain activity)만 평가하는 임상, 렉라자와 항암화학요법(chemotherapy)을 병용하는 임상도 있다.

이런 데이터들이 점점 축적되고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렉라자를 사용할 수 있는 적응증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본다.

- 마지막으로 렉라자가 앞으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나.

우리나라에서 특히 비흡연자 폐암 환자에서 EGFR 돌연변이가 정말 많이 나타난다. 비흡연자 중 EGFR 돌연변이 빈도는 60%까지도 보고되고 있다. 굉장히 큰 환자군이다. 이런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된 치료제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다. 앞으로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국산 신약이 이렇게까지 발전했다는 것은 우리나라 환자들에게 정말 큰 희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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